가식을 벗어 버리고 얻은 가벼움
2018년 9월, 저는 교회 리더로 뽑혔습니다. 그때는 정말 기뻤고, 제가 리더로 선출된 것은 대부분 형제자매보다 제가 더 뛰어나다는 증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유명무실한 리더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열심히 진리를 추구하고 본분을 잘 이행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후, 어느 팀 예배에 참여해 사역을 의논했는데, 교제 내용이 다 전문 분야에 관련된 것이라 몹시 당황스러웠습니다. ‘이 분야는 완전 깜깜인데⋯ 형제자매들 질문에 답을 못하면,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슨 리더를 하느냐고 무시하지 않을까? 그런데 여기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그냥 허수아비에 불과하잖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는 그 자리가 가시방석 같았고 안절부절못했습니다. 형제자매들이 무슨 말을 하든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예배 모임이 끝날 무렵, 저는 얼른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예배를 마치자고 했습니다. 밖으로 나온 후에야 안심됐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팀은 전문 분야를 다루는 내용이 너무 많아. 근데 난 아는 게 하나도 없어! 앞으로 이쪽은 적게 오는 게 좋겠어. 다들 내가 문외한이라는 것을 알면, 분명 무시할 거야. 그럼 누가 나를 존중하겠어.’
어느덧 보름이 지났습니다. 저는 매일 각 팀을 다니며 모임을 했고, 형제자매들이 겪는 어려움과 문제점을 해결해 주었습니다. 그러니 교회 생활도 전보다 많이 좋아졌고, 형제자매들이 저를 인정해 주는 팀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팀 예배 모임에 가는 것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전문 분야를 다루는 팀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습니다. 갔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 때문에 망신을 당할 것 같아 계속 이런저런 이유를 찾아 미루면서 웬만해서는 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 파트너 자매가 그 팀에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으니 가서 해결해 주라고 했습니다. 저는 마지못해 알겠다고 했지만, 몹시 불안했습니다. ‘내가 갔다가 해결하지 못하면, 형제자매들이 나를 리더로 합당하지 않다고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니 마음이 더 복잡해졌습니다. 다음 날, 모임에서 하나님 말씀을 놓고 교제를 나눈 후, 저는 형제자매들이 업무에 관한 질문을 할까 봐 두려웠습니다.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해 망신당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억지로 교제하면서 어떻게든 시간을 끌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마음이 편치 않아 본분에서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없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팀장은 팀 내 문제점과 해결책을 말했습니다. 하지만 연이어 나오는 전문 용어를 들으니 뭐가 뭔지 모르겠고, 문제가 확실히 해결되었는지 확신이 들지도 않았습니다. 확실하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것 때문에 사역 진도에 영향을 줄 것이 뻔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저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볼 것이 분명했고, 제가 아는 분야가 아니라 대답을 못 하면 매우 난감할 것 같았습니다. 앞뒤를 재다가 저는 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한 자매가 본분에서 존재하는 어려움을 얘기했는데, 그것도 업무에 관련된 사항이었습니다. 얘기를 들으니 더 멍해졌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물어보기도 힘들었습니다. 물어보면 문제 해결도 못 하면서 무슨 리더를 하느냐고, 리더 자질이 없다고 생각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가 좀 더 찾고 구해 본 후에 답을 주겠다고 둘러대면서 대충 교제를 끝냈습니다. 그 예배를 마치고 나니, 녹초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날 예배에서는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 못 한 것 같아 마음도 편치 않았고, 형식적인 예배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그 팀의 형제자매들은 본분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고, 사역에도 별다른 발전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가책이 느껴졌습니다. ‘형제자매들이 나를 아는 게 없다고 무시할까 봐 매번 억지로 예배만 드리고 끝냈을 뿐, 사역 상황을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어. 난 실제로 사역을 한 것이 아니야. 이것은 하나님을 기만하고, 형제자매를 속이는 것 아닌가?’ 생각할수록 괴롭고 죄책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기도하며 간구했고, 저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했습니다.
하루는 묵상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한 단락 보았습니다. 『패괴된 인류에겐 일반적으로 이런 병폐가 있다. 지위가 없을 때, 그러니까 평범한 형제자매일 때는 누구와 접하거나 이야기할 때 허세를 부리지 않으며, 특정한 방식이나 어조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저 평범하고 정상적이며, 스스로를 포장할 필요도 없다. 그런 사람은 어떠한 심리적 압박감도 없으며 다른 사람과 털어놓고 교제하며 마음을 나눌 수 있다. 그는 친화력이 있어 접근하기 쉽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매우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위를 획득하게 되면, 그는 거만해지고 누구도 그를 가까이하지 못한다. 그는 자신이 존귀하고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일반인을 업신여기고 다른 사람들과 터놓고 교제하지도 않는다. 왜 그는 터놓고 교제하지 않겠느냐? 그는 자신이 지위가 있고 스스로를 리더라고 생각한다. 리더는 특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나야 하며, 더 큰 분량을 갖고 더 많은 책임을 떠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보통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인내심을 가져야 하고 더 많은 고생을 하고 더 많이 헌신해야 하며 어떠한 시험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리더는 아무리 많은 가족이 죽더라도 울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꼭 울어야만 한다면 몰래 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아무도 그들의 단점이나 결점, 연약함을 알 수 없도록 해야 하고 심지어 소극적이 될 때도 어떤 사람도 알게 해서는 안 되며 그러한 모든 것을 숨겨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것이 지위를 가진 후 행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말세 그리스도의 좌담 기록ㆍ패괴 성품을 해결하려면 구체적인 실행의 길이 있어야 한다> 중에서) 하나님의 말씀은 저의 진정한 상태를 폭로하셨습니다. 리더가 되기 전에는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먼저 물어보기도 했고, 영적 상태가 안 좋거나 어려움이 있으면 형제자매에게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리더 본분을 맡았다고 무게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형제자매들이 저를 리더로 뽑아 주었으니 ‘리더’의 품위가 있어야 하고, 형제자매보다 뛰어나서 어떤 문제든지 다 간파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팀 예배에 가면 다 아는 척했던 것입니다. 제가 그 분야를 잘 모른다고 하면 형제자매들이 저를 무시할 것 같아 가식적으로 포장했습니다. 본분을 이행하면서 영악하게 굴었는데, 일을 쉽게 해결하면서도 저를 잘 드러낼 수 있는 팀으로 많이 갔습니다. 반대로 제가 잘 모르는 분야나 어려움이 큰 곳은 제가 잘 해결하지 못하면 체면을 구길 것 같아 최대한 피해 갔습니다. 설령 가더라도 글귀만 얘기하며 형식적으로 넘어갔을 뿐, 실제적인 문제에 직면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모습을 통해 제가 허영심이 얼마나 강한지, ‘리더’라는 지위를 얼마나 크게 생각하는지 보았습니다. 하나님 집에서는 리더 일꾼에게 모든 사역에 깊숙이 들어가 형제자매들이 본분을 하면서 겪는 실제적인 어려움을 파악하고, 형제자매들이 진리 원칙에 따라 본분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진리를 교제하면서 해결해 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야 실제적으로 사역하는 사람이고,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 팀 내 형제자매들이 본분 이행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실제적인 문제를 놓고 진리를 구하며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저의 허영심과 체면 때문에 본분 이행을 건성으로 대했고, 그저 자기 체면을 세우기 바빴을 뿐, 하나님 집의 사역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그 팀의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못해 사역 진도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지위에 따른 낙을 누리기만 할 뿐, 실제적인 사역을 하지 않는 거짓 리더와 같았습니다. 체면을 살리고, 지위를 유지하려고만 했더니 저도 힘들고 마음이 편치 않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 집의 사역을 방해하고 교란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본인과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였습니다. 제가 회개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을 대적하는 악행을 낳아 하나님께 미움받고 버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깨닫고 얼른 하나님께 기도드리며 실행할 길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보았습니다. 『지위가 없을 때, 너는 자신을 자주 분석하고 인식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을 줄 수 있다. 그럼 지위가 있을 때도 늘 자신을 분석하고 인식하면 다른 사람들이 너의 경험을 토대로 진리의 실제를 이해하고 하나님의 뜻을 깨달음으로써 유익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 네가 그렇게 실천한다면 네가 지위가 있든 없든, 다른 사람들이 똑같이 혜택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위는 네게 어떤 의미겠느냐? 사실, 지위는 옷이나 모자처럼 부가적인 것이다. 네가 지나치게 커다란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지위는 너를 속박할 수 없다. 만약 네가 지위를 사랑해서 지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지위를 항상 중요한 문제로 취급한다면, 지위가 너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너는 더 이상 스스로를 알고 싶지 않을 것이고, 마음을 열어 속내를 보이려 하지 않을 것이며, 리더로서의 신분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들과 말하고 함께 지내고 자신의 본분을 이행하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것은 어떤 문제이냐? 너는 스스로 자신을 그런 지위에 올려놓은 것이 아니겠느냐? 너는 계속해서 그 자리를 차지하고 그것을 포기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심지어 너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데, 그렇다면 너는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냐? 결국 네가 죽도록 자신을 괴롭힌다면, 너는 누구를 탓할 것이냐? 만일 네가 지위가 있을 때도,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것을 삼가고, 대신 자신의 본분을 잘 이행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해야 할 모든 본분을 이행하면서 스스로를 평범한 형제나 자매로 본다면, 너는 지위의 멍에를 벗어버릴 수 있지 않겠느냐?』(<말세 그리스도의 좌담 기록ㆍ패괴 성품을 해결하려면 구체적인 실행의 길이 있어야 한다> 중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읽으면서 깨달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높여 주어 리더 본분을 맡기심은 높은 지위를 주신 것이 아니라 사명을 주신 것이고, 책임을 하나 더해 주신 것이었습니다. 제가 맡은 본분에서 아무리 어려운 문제가 발생해도 실제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해결해야 했습니다. 저는 리더의 위치에 설 것이 아니라 형제자매와 같은 위치에 서야 하고, 제가 어떤 패괴 성품을 드러냈거나 어떤 어려움이나 부족한 점이 있으면, 형제자매들에게 감추지 말고 솔직하게 털어놓고 저의 본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깨달은 만큼 교제하면서 가식적이거나 아는 척하지 말고, 모르는 것은 형제자매들과 함께 진리를 구하고, 한마음 한뜻이 되어 본분을 잘 완수해야 했습니다. 이걸 깨달은 후, 다시 그 팀에 갔을 때는 업무에 관한 문제에서 의식적으로 저의 체면을 내려놓고, 먼저 형제자매들에게 그 분야는 제가 잘 모르니 잘 아시는 분들이 교제를 많이 하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형제자매들은 저를 무시하기는커녕 오히려 차근차근 설명해 주면서 업무에 존재하는 어려움을 털어놓았습니다. 또 형제자매들이 교제할 때 저도 더 귀담아듣고, 마음을 들여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그 문제점과 어려움이 무엇인지 보였고, 진리 원칙에 비추어 교제해줄 수 있었습니다. 또 평소에도 그 분야에 관해 공부했고 어려움이 생기면 형제자매들과 손을 맞잡고 같이 구하는 마음으로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조화롭게 협력하고, 서로 장단점을 보완하면서 실행하니 사역에 존재하는 문제가 해결됐고, 본분 성과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그렇게 실행하니 저 또한 마음이 훨씬 홀가분했습니다.
몇 개월 후, 교회에서 저에게 더 큰 범위의 사역을 맡으라고 했습니다. 저는 제가 많이 부족한 것을 알기에 늘 사역에서 존재하는 많은 어려움을 하나님께 기도드렸고, 어떤 일이 생기든 의식적으로 진리를 구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실행하면서 실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갔습니다. 그러니 형제자매들도 저를 인정해 주고, 대단하게 생각해주었습니다. 그 결과, 저는 어느덧 또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한 제 지위를 신경 쓰기 시작했습니다. 한번은 사역자 모임이 있었는데, 한 리더가 다른 지역 교회의 예배 효과가 이상적이지 못하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파트너 형제자매들은 그 문제를 해결할 사람으로 저를 추천했습니다. 그러니 저는 ‘그래도 내가 진리 실제가 좀 있고, 문제 해결도 어느 정도 할 수 있고, 몇몇 사역자 중에서는 내가 그나마 제일 뛰어난가 봐! 그러니까 본분을 잘 이행해서 내 실력을 보여줘야겠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잘못된 마음가짐을 아신 하나님은 또 한 번 저에게 채찍 같은 상황을 마련하셨습니다. 한번은, 팀장인 리 자매가 본분에서 생긴 어려움 때문에 소극적이 되었습니다. 저는 얼른 하나님 말씀을 찾아서 읽어주고, 저의 체험에 결부해 교제했습니다. 30분 넘게 교제했지만, 자매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습니다. 저도 딱히 해줄 말이 없었고,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양육 집사인 안 자매가 다른 하나님 말씀을 찾아주며 교제를 했더니 리 자매가 고개를 끄덕였고 입가에 웃음이 돌아왔습니다. 그런 결과가 나오니 저는 왠지 체면을 구긴 것 같았습니다. ‘안 자매가 찾은 하나님 말씀이 리 자매 상태에 더 잘 어울리는 말씀이야, 이제 리 자매가 나를 어떻게 볼까? 딱 맞는 말씀도 찾지 못하고, 실질적으로 문제 해결도 못 하면서 무슨 리더냐고, 안 자매보다 못하다고 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심경이 복잡해지고, 더 교제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 며칠 후, 장 형제의 영적 상태가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미리 하나님 말씀을 찾아 놓았습니다. 그러고 이번에는 꼭 교제를 잘해서 지난번 안 자매 앞에서 구긴 체면을 다시 세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앞으로 사역을 이끌고 나갈 수 없었을 것 같았습니다. 장 형제를 만난 후, 저는 의욕이 넘쳐 적극적으로 교제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제가 아는 것을 다 교제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제 예상과 달랐습니다. 형제는 짜증 섞인 말투로 “자매님 얘기하신 거 저도 다 알아요. 그냥 이런 상태가 잘 바뀌지 않아서 그러는 거예요. 저 혼자 생각 좀 더 해볼게요.”라고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한 대 세게 맞은 느낌이 들었고, 그 자리에서 굳었습니다.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속은 이미 말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왜 이러지? 예전에 형제자매들과 교제할 때는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왜 계속해서 이렇게 못난 모습만 보이지? 이러면 이제 형제자매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겠어? 내가 글귀밖에 없고, 실질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고 보지 않을까? 이래서 앞으로 본분을 과연 잘해나갈 수 있을까?’ 그날 예배 모임은 어떻게 끝이 났는지 기억나지도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날 이후로, 안 자매를 만나면 저를 대하는 자매의 태도에 매우 신경이 쓰였습니다. 간혹 자매가 저를 보는 눈빛이나 말투가 조금 강하면 저도 모르게 의심이 들면서 ‘자매가 나한테 편견을 가진 것 아닌가? 나를 인정 못 해주는 것인가? 거리를 두어야겠어. 괜히 나의 부족한 점을 더 많이 보일 수 있으니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다른 형제자매들 앞에서도 제 이미지를 생각해 조심스럽게 행동했고, 일부러 거리를 두었습니다. 그러니 정작 형제자매들과 마음을 잘 나누지 않게 되고, 그들의 고충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사역에 대한 책임감도 사라졌습니다. 갈수록 저는 영적으로 어둠에 빠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형제자매들이 처한 어려움을 꿰뚫어 보지 못하고 해결도 못 했습니다. 심지어 예배 모임이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온종일 흐리멍덩한 상태에 빠져 하나님께 버림받은 것 같았습니다. 그제야 하나님께 나아가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그동안 계속 명예와 지위만 생각하면서 가식적으로 살았고, 본분에 대한 책임감도 사라졌습니다. 이제 당신께서 저에게 얼굴을 가리셨는데, 이것도 당신의 공의로움인 줄 믿습니다. 이제 반성하며 돌이키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이 말씀을 보았습니다. 『사람은 본디 피조물이다. 피조물이 무소불능에 도달할 수 있느냐? 티 없는 완벽함에 도달할 수 있느냐? 모든 일에 정통하고 모든 일을 다 이해하고, 다 해내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느냐? 불가능하다. 하지만 약점을 안고 있는 사람이 기술 하나나 업무 하나를 배우면 그는 자신을 능력 있는 사람, 신분이나 몸값이 높은 사람, 전문가 등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실제 능력이야 어떻든 자신을 포장해서 위대한 인물로 보이고 싶어 한다. 자신을 완전무결한 사람으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 눈에 위대하고 강인한 사람, 무엇이든 가능하고,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면 자신이 무능하고 약세에 처한 것 같으며 남들보다 못해 보일 거라고,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할 거라고 생각해서 늘 거짓되게 꾸미려고 한다. … 이것은 어떤 성품이겠느냐? 거만하여 이성을 잃은 것이다!』(<말세 그리스도의 좌담 기록ㆍ하나님을 믿는 정상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상태> 중에서) 『어떤 사람은 바울을 매우 숭배한다. 밖에서 강연하고 사역하는 것을 좋아하며 모임을 가지기 좋아한다. 연설하기 좋아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따르고 자신을 숭배하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을 둘러싸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 마음속에 자신의 자리가 있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모두 그의 형상에 관심 갖는 것을 좋아한다. 이러한 모습들에서 그의 본성을 파헤쳐 보자. 그의 본성은 무엇이겠느냐? 그가 정말 이러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 사람은 교만하고 하나님을 조금도 경배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 준다. 또한 그가 추구하는 것은 높은 지위에 서는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을 다스리고 점유하고 싶어 하며 그들 마음속에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 한다. 이것은 전형적인 사탄의 형상이다. 그의 본성 가운데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바로 교만하고 하나님을 경배하지 않으며 사람들이 그를 경배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런 모습을 통해서 그의 본성을 명확히 알 수 있다.』(<말세 그리스도의 좌담 기록ㆍ사람의 본성을 어떻게 알아야 하는가> 중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단지 보잘것없는 피조물에 불과한 존재라 무엇이든 다 알고 정통할 수 없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진리에 관한 부분이든, 전문 분야 지식에 관한 것이든, 제가 알고 있는 것은 매우 한정적이었습니다. 본분을 이행하는 과정에 부족하고 치우친 부분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기 주제를 모른 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오히려 대단하고 완벽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항상 가식적으로 자신을 포장했습니다. 그 이유는 저의 체면과 지위를 몹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전에 사역자들이 이 교회 문제 해결을 저에게 맡겼을 때, 스스로 정말 진리 실제를 갖췄고 제가 다른 사역자들 보다 났다고 생각했고, 이 기회에 능력을 한껏 뽐내보려고 했습니다. 또 안 자매와 협력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전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파견된 리더이니 모든 면에서 안 자매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안 자매가 형제의 문제를 해결해 주자 저는 계속 못난 모습만 보였고, 체면을 잃게 된 것 같아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했습니다. 형제자매와도 멀어졌고, 본분에 대해서도 소홀히 했습니다. 그 결과 교회 생활이 좋지 않은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형제자매들의 생명 진입에 걸림돌 역할만 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계속 저 자신을 포장하고 가식적으로 구는 근원을 찾아보니, “살아서는 걸출한 인물이 되어야 하고 죽어서도 귀신 중의 영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은 체면으로 산다.”, “사람은 이름을 남기고 짐승은 가죽을 남긴다.” 등과 같은 사탄 철학에 물들고 패괴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항상 자신을 포장하면서 부족한 것은 가리고 좋은 면만 보여주었고, 타인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살아야 존엄성과 가치가 있는 삶을 사는 것이라 여겼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잃으면 괴로워하고 실의를 느끼고, 다른 사람을 의심하고 경계하면서 피곤하게 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높여 주어 리더의 본분을 맡겨주신 것은 하나님을 높이고 증거하고, 진리를 교제함으로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형제자매를 하나님께로 인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맡은 본분을 어떻게 잘 이행하고, 하나님 집의 사역을 어떻게 잘 수호할지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본분 이행이라는 기회를 통해 자기 자랑을 하고 저 자신을 과시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욕심과 야망이 깨져버리자 저는 소심해지고 사역을 무심하게 대했습니다. 진리는 추구하지 않고 온종일 체면 때문에 전전긍긍하면서 저의 본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하나님의 염증과 미움을 불러왔습니다. 결국 영적으로 어둠에 빠져 실질적인 문제는 해결도 못 하고, 오히려 원래 가졌던 것, 과거에 할 수 있었던 일조차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계기를 통해 하나님은 참으로 공의롭고 거룩하심을 느꼈습니다. 과거의 바울이 생각났습니다. 그는 몹시 교만하고 자신을 크게 생각하며, 승리욕이 강해 늘 명예 지위를 좇고, 사람들의 추앙심과 존경심을 사려고 했습니다. 결국, 사람들을 자기 앞으로 끌어가면서 하나님을 대적하는 길을 갔습니다. 저도 진리를 추구하지 않고 계속 명예와 지위만을 생각하고, 저 자신의 이미지를 생각하고, 어떻게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미혹하려고 했습니다. 그것은 바울과 매한가지로 하나님을 대적하는 길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얼른 하나님께 회개하면서 더는 체면을 위해 가식적으로 살지 않고, 진리를 행하는 정직한 사람이 되겠다고 기도했습니다.
그 후, 형제자매들과 예배 모임을 할 때, 저는 그동안의 제 상태를 형제자매들 앞에서 털어놓으며 저의 패괴 성품을 다 말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정작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교회 리더이자 그들의 사역을 총괄하는 사람인데, 스스로 자기 추태를 드러내 교제한다면, 형제자매들은 저를 진리를 추구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고, 리더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이 들었습니다. 속으로 계속 갈등하다가 제가 또 명예 지위 때문에 가식적으로 살려고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전에도 체면을 지키려다 하나님 집의 사역에 손해를 끼치고, 또 저도 잘못된 길을 걸었던 일이 생각나면서 겁이 났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이런 말씀도 생각이 났습니다. 『너는 자신의 명예와 체면, 지위를 위해서, 또는 자신이 잘못한 일을 무마하기 위해 감추거나 꾸미거나 어떤 수단을 쓸 필요가 없으며, 이러한 부질없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너는 조금도 지치지 않고 더 홀가분하게, 온전히 광명 속에서 살 수 있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하나님께 인정받을 수 있다.』(<말세 그리스도의 좌담 기록ㆍ진리를 실행하는 사람이라야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중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생각하니 마음이 밝아졌고 힘이 생겼습니다. 그 상황은 진리를 실행하라고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이니 더는 자신을 포장하지 말고, 체면과 지위를 생각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간 제가 드러냈던 패괴 성품과 제가 배운 공과에 대해 형제자매들과 교제했습니다. 또 서로 교제하는 과정에서 더 얻게 되었고, 형제자매들과도 한결 더 가까워졌습니다. 나아가 우리는 사역에서 존재하는 문제를 놓고 각자의 관점을 발표하고, 서로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하면서 본분에 존재하는 문제점을 바로잡게 되었습니다. 얼마 후, 그 교회의 문제가 점차 해결되었고, 형제자매들의 영적 상태도 많이 좋아져 모두 적극적으로 본분에 임했습니다. 그 뒤에도 본분에서 가끔 체면과 지위 때문에 마음이 흔들렸지만, 의식적으로 하나님께 기도하고 정직한 사람이 되고자 진리를 행하며, 빠르게 자신의 패괴함을 털어놓곤 했습니다. 그러니 점차 체면과 지위에 대한 욕구도 많이 줄었습니다. 그 과정을 겪고 나서 이제는 형제자매들 앞에서 더는 무게를 잡거나 가식적으로 굴지 않고, 순수하게 자기 마음을 터놓고, 착실하게 진리를 추구하며 본분을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결과는 전능하신 하나님의 심판과 형벌 덕분입니다.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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