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를 잃은 후
리더의 자리에 있다가 교체당하면 불만을 품고 소극적이 되고 연약해지는 형제자매들을 볼 때마다 저는 그들을 멸시했습니다. ‘교회에서는 본분의 종류가 다를 뿐이지 지위의 높고 낮음이 없잖아. 모두 피조물 아닌가? 소극적이 될 이유가 어디 있담.’ 그래서 새 신자를 양육하는 본분을 하라고 하든, 리더 본분을 하라고 하든 저는 자신이 지위심(地位心)이 없어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막상 리더의 지위에서 교체당하자 저는 온갖 추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실제적인 사역은 하지 않고 줄곧 글귀만을 말한 탓에 책임자가 저를 교체시켰습니다. 당시 저는 ‘내 자질을 보면 중간급 리더까지는 할 수 없어도, 진리를 나누고 교회를 양육하는 사역은 할 수 있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책임자가 저에게 사무 본분을 배치하자 깜짝 놀랐습니다. ‘나는 엄연한 중간급 리더였는데, 이젠 허드렛일을 하라고? 이 본분은 뛰어다닐 수 있고 지혜가 조금이라도 있는 형제자매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잖아. 나에게 맡기기에는 너무 작은 일 아니야?’ 하지만 책임자가 저에게 순종하지 않고 지위심이 있다고 말할까 봐 억지로 웃으며 알겠다고 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저는 곧바로 침대에 쓰러졌습니다. 마음이 너무 괴로웠습니다. ‘지위를 잃었으니 형제자매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게다가 나보고 허드렛일이나 하게 하다니, 앞으로 한 자리 할 날이 있기나 할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고, 생각하면 할수록 괴로움은 더해만 갔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저는 사무 사역을 책임지는 자매를 만났습니다. 자매는 저를 만나자마자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이 사역은 간단해 보이지만, 충성심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에요.” 이어서 자매는 지혜와 순종에 대한 진리를 얘기했습니다. 저는 겉으로는 대답했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습니다. ‘나에게 진리를 교제하다니요? 내가 모르는 게 뭐가 있겠어요. 애초에 다 내가 자매님에게 교제해 주던 내용이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나에게 교제를 해 주다니요!…’ 자매의 교제를 저는 한 마디도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자매가 말이 너무 많다고 거슬려 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습니다. “다른 일 더 있나요? 없으면 저 먼저 가겠습니다!” 자리를 뜨고 나서 그 당시의 상황을 계속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왜 자매님에게 그런 식으로 행동한 거지? 만약 자매님이 이전에 나와 지위가 같거나 높았다면 내가 그런 식으로 대했을까? 아니야, 절대 그러지 않았을 거야! 예전에 내가 자매님을 이끌었는데, 이제 상황이 바뀌어 자매님이 나를 가르치니 내가 받아들이지 못했던 거지. 바로 지위심의 지배를 받은 게 아니겠어?’ 그 순간 제가 부린 추태가 떠오르자 괴로움이 몰려왔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네가 이렇게 추구할수록 얻는 것이 없다. 지위에 대한 욕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더 큰 책망을 받고, 더 큰 연단을 겪게 된다. 그런 사람은 너무나도 무가치하다! 많은 책망과 심판을 받아야만 철저하게 내려놓을 수 있다. 너희가 이런 식으로 추구한다면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생명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은 변화할 수 없고, 진리를 간절히 사모하지 않는 사람은 진리를 얻을 수 없다. 너는 자신의 변화와 진입을 추구하기보다는, 언제나 사치스러운 욕망이나 하나님을 사랑하지도 가까이하지도 못하게 만드는 것들을 중시하고 있다. 그런 것들이 너를 변화시킬 수 있겠느냐? 너를 하나님나라로 인도할 수 있겠느냐? 네가 추구하는 목표가 진리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이 기회에 세상으로 돌아가 한바탕 크게 하고 싶은 일을 벌이는 것이 낫겠다. 이렇게 헛되이 시간만 보내 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 굳이 너 스스로를 괴롭힐 필요가 있겠느냐?』(<말씀ㆍ1권 하나님의 현현과 사역ㆍ너는 왜 부각물이 되기 싫어하느냐?> 중에서) 하나님 말씀을 묵상하며 저 자신과 비교해 보고 나서야 비로소 제가 추구했던 것이 진리 생명이 아니고, 본분을 잘 이행해 하나님께 만족을 드리는 것도 아니라, 명예와 이익, 지위 등 허황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위가 있을 때, 저는 의욕과 열의가 충만해 힘이 넘쳤습니다. 지위를 잃자 힘과 의욕을 잃어버리고, 불만이 많고 소극적이 되고 태만해져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바뀌었습니다. 저는 지위에 대한 욕심으로 이성을 잃었으며, 종일 의미도 가치도 없는 것을 위해 바쁘게 지내며 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냈습니다. 그래서 결국 무엇을 얻었습니까? 오늘의 이 추한 모습이란 말입니까? 하나님께서 제게 이렇게 많은 심혈을 기울이셨는데, 저는 하나님의 지배와 안배에 순종하지도 않고, 하나님께서 주신 본분에서 진리를 추구하지도 충성심을 다하지도 않았습니다. 도리어 제 본분이 보잘것없고 발전성도 없다고 여겨 꺼리고 이행하기 싫어했습니다. 이런 저에게 어디 피조물의 양심과 이성이 있습니까? 저를 드러내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일을 통해 명예와 이익, 지위를 추구하는 제 추한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으며, 자신의 본성이 교만하고 지위심이 아주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때, 제 귓가에 찬양이 맴돌았습니다. “하나님, 제게 지위가 있든 없든 저는 이제 자신을 알게 됐습니다. 제 지위가 높다면 그것은 당신의 높여 주심이고, 제 지위가 낮다면 그것 또한 당신의 결정입니다. 모든 것이 당신의 손에 달렸으니 저는 어떤 선택도, 원망도 하지 않겠습니다. … 저는 당신의 권세에 오롯이 순종할 따름입니다. 이 모든 것은 당신의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 당신께서 저를 쓰셔도 저는 피조물이고, 당신이 저를 온전케 하셔도 저는 피조물입니다. 당신께서 저를 온전케 하지 않으셔도 저는 변함없이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 저는 그저 일개 피조물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어린양을 따르며 새 노래 부르네ㆍ나는 작디작은 피조물> 중에서) 한 번 또 한 번, 이 노래를 부르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렀습니다. 저는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드렸습니다. “하나님! 저는 당신의 말씀에서 당신의 뜻을 이해했습니다. 제 지위가 높든 낮든, 저는 피조물일 뿐입니다. 저는 온전히 당신의 섭리에 순종하여 피조물이 해야 할 본분을 마땅히 이행해야 합니다. 당신이 주신 본분에 대해 가타부타 하면 안 됩니다. 하나님! 저는 당신의 배치에 순종하길 원합니다. 당신의 소와 말이 되어 당신께서 쓰시고자 하는 대로 자신을 맡기겠습니다. 다시는 지위의 높고 낮음 때문에 당신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겠습니다. 하나님! 오로지 당신께서 제게 더 많은 심판과 형벌을 내려 주십시오. 제가 더는 지위를 추구하지 않고 성실히 본분을 잘 이행하여, 진정한 사람의 모습으로 살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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